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지평견문 2016. 12. 2. 09:22


〇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중국 후한(後漢) 때 소장(蘇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한 인물로 잘 알려졌다. 그가 기주 자사(冀州刺史)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의 옛 친구 중에 그의 관할 내에 청화 태수(淸和太守)를 지내는 사람이 있었는데, 소장이 순시를 하다가 그의 친구

가 장죄(贓罪 : 비리로 재물을 취하여 얻은 죄)를 범한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의 그 친구가 술상을 마련해 와 소장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소장이 그 친구에게 말하기를,


“오늘 내가 그대와 더불어 술을 마시는 것은 사사로운 은정[私恩]이고, 내일 기주 자사로서 일을 처리하는 것은 공법(公法)이네.”


하고는 다음날 마침내 친구의 죄를 물어 징계하였다. 온 경내가 숙연해졌음은 물론이다. 가까운 친구라 해서 사회의 공적 질서를 해친 자

를 함부로 용서해서는 안 됨을 몸으로 보여준 실례라 할 수 있다.

 

특검에 임명된 박영수 변호사는 오랜 검사 생활 속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검사 출신들과 아무래도 이래저래 친분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공과 사도 구분할 줄 모르는 분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100만, 150만, 190만의 촛불이 지켜보고 있는 엄연한 현실

앞에 본인의 말처럼 좌고우면하지 않고 공정한 수사를 실행할 것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가 후한 때의 소장이 되

어줄 것을 당부할 수밖에 없다.


그는 그가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자칫 천추의 역사에 오명을 남길 수도 있고,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던 검찰을 지금부터라도 검찰

본연의 임무를 회복하는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 역사의 영웅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