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증동국여지승람≫ 단양군편을 읽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발견하였다. 고려 때 인물 우탁(禹倬)에 관한 일화이다.
우탁이 감찰규정(監察糾正)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충선왕(忠宣王)이 잘못한 일이 있자 우탁이 흰옷을 입고 도끼를 가지고 돗자리를
걸머진 채 대궐에 나아가 상소를 하여 간하였다. 왕을 옆에서 모시는 신하가 상소문을 펴들고 (내용이 과격하다고 여겨 : 내 생각) 감히 읽
지 못하니 우탁이 큰소리로 외치며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그대가 근시(近侍)하는 신하가 되어 임금의 그릇된 것을 바로잡지 못하고 악(惡)한 것으로 인도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대가 그 죄
를 아는가?”
그러자 주변의 사람들이 벌벌 떨었고, 임금은 부끄러운 빛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정국 상황에 견주어 보자면 탄핵소추 대상이 된 대통령이 원래 잘못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옆에서 이를 보좌하는 인물들이 제 구실
을 하지 못한 잘못도 적지 않은 사실을 그대로 빼닮았다고 할 수 있다. 하기야 기껏 바른 말을 하면 모조리 배척당하니 주변에 남아있는 사
람들이란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 찰 수밖에 도리가 없기는 하다.
모두 지당(至當)대감이거나 예스맨 일색이니 일이 점점 잘못되어도 그것이 잘못되는 것조차 알아차릴 수 없는 인의 장막 속에서 오늘날의
사태까지 진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자충수고 자업자득이다. 그러니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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