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곡제학(曲提學)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을 세운 주세붕(周世鵬 : 鵬은 새 붕자)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 때문에 내
이름도 가끔 김세봉(金世奉)이 아닌 김새붕으로 잘못 불리기도 하니 나와는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니 나도 백운
동서원 대신 청운동서원이라도 하나 세워야 할 판이다.
하여간 그가 홍문관(弘文館)에서 벼슬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같은 홍문관에서 직제학(直提學)의 벼슬을 하
고 있던 사람이 바르지 못한 의논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주세붕이 그를 공박하여 말하기를,
“공은 직제학이 아니라 곡제학(曲提學)이로소이다.”
하니 그 사람이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홍문관은 조선시대 언론 삼사(홍문관, 사헌부, 사간원) 중의 하나로 바른 말을
하는 곳이건만 바르지 않은 의견을 내세웠다가 그만 곧은 제학이 아닌 굽은 제학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 검사들이 자신들의 할 일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들이 누구를 검사하기 이전에 그들 자신이 여러 면
에서 검사받아야 할 형편이니 만일 주세붕이란 분이 다시 태어난다면 그들보고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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