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나를 먼저 잡수시오

지평견문 2012. 12. 14. 05:40

                         〇 나를 먼저 잡수시오.

 

    제(齊)나라 임치 땅에 예맹(倪萌)이라는 사람이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해인가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을 지경에 이를 정도로 심한 흉년이 들었다. 예맹이 굶주린 배를 달래고자 형과 함께 성을 나가 나물을 캐던 중 적미적(赤眉賊)에게 붙잡혔다. 도적들이 그의 형을 잡아먹으려고 하자 그는 적 앞에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형은 나이가 많고 비쩍 말라서 살지고 단단한 저만 못합니다. 그러니 제발 형은 그만 놓아두시고 차라리 저를 대신 잡아드십시오.”

 

하니, 적들이 이를 의롭게 여겨 둘 다 모두 풀어주었다.

 

    한(漢)나라 때의 조효(趙孝)의 이야기도 또한 이와 유사하다. 조효는 형제간에 우의가 두터워 평소부터 향당에서 칭찬이 자자했던 인물이다. 왕망(王莽)이 한 왕조를 찬탈할 당시 천하가 어지러워 사람끼리 서로 잡아먹었다고 한다. 효의 아우 예(禮)가 도적에게 잡혀간 것을 효가 듣고 스스로를 결박하여 도적들에게 나아가,

 

    “예는 오랫동안 굶주려 비루 말랐으니 살진 나보다 못하오.”

 

라고 하며 자신이 대신할 것을 청하니, 적들이 또한 모두 놓아주었다고 한다.

 

    부모가 남겨 준 많은 재산을 두고 형제간에 상속 문제로 다투는 것이 신문지상에 심심찮게 나오는 요즈음의 세태에서 보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극한 상황에서 형제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던 눈물겨운 그러한 형제애를 반만이라도 따라간다면 이렇듯 사회가 혼탁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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