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내들에 불과한 걸왕(桀王)과 주왕(紂王)
전국시대에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맹자에게 물었다.
“탕(湯) 임금이 걸왕(桀王)을 추방하고, 무왕(武王)이 주왕(紂王)을 토벌했다고 하는 데 그러한 일이 있습니까?”
이에 맹자는 역사책에 전해내려 온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다시 제 선왕이 묻기를,
“신하가 그 임금을 시해해도 됩니까?”
라고 마땅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맹자가 다시 답변하기를,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고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고 하며, 잔적(殘賊)한 자를 한 사내라고 하니, (저는) 한 사내를 죽였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임금을 시해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였습니다.”
라 하였다.
임금의 지위에 있는 제 선왕으로서는 신하가 왕을 시해하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夏)나라의 마지막 임금 걸왕이나 은(殷)나라의 마지막 임금 주왕이 신하의 처지에 있던 탕왕과 무왕에게 죽음을 당한 것에 대하여 고깝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다. 온 세상의 땅은 왕의 땅이 아님이 없고 사람들은 모두 그의 신하가 되어 자신 앞에서 굽실거리기를 바라는 것이 왕 된 이의 마음일 것이었다. 그러나 맹자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인정(仁政)을 베풀고 정의(正意)를 구현하는 자만이 진정한 왕으로서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고, 이를 해치는 사람은 자연인 아무개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이렇듯 맹자는 왕 앞에서도 왕의 권위에 도전할 만한 말을 서슴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역대의 왕들이 맹자를 꺼림칙하게 생각한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하겠다. 맹자는 인의를 해치는 권력층에 대해서는 그 권위를 인정하고자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당연히 신하는 임금에게 복종해야 하겠지만 백성을 저버리는 폭군에게도 임금이랍시고 무조건 따라야 할 이유가 없음을 맹자는 분명히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심을 거역하는 왕은 이미 왕이 아니라 한낱 한 사내에 불과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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