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형제의 우애

지평견문 2013. 5. 22. 05:24

                 ○ 형제의 우애

 

    한(漢)나라 때 회남왕(淮南王)이 형제간에 서로 불화했던 모양이다. 당시 백성들이 이를 풍자하여 지은 노래가 있다.

 

    한 자의 짧은 베도 오히려 서로 나누어 입을 수 있고 [一尺布尙可縫(일척포상가봉)]

    한 말의 적은 곡식도 오히려 찧어 나누어 먹을 수 있건만 [一斗粟尙可舂(일두속상가용)]

    형제 두 사람이 서로 용납하지를 못 한다네 [兄弟二人不能相容(형제이인불능상용)]

 

    형제간에 우애가 좋으면 얼마 안 되는 곡식일망정 찧어서 서로 나누어 먹게 되고, 아무리 가난하여 한 자의 짧은 천밖에 없더라도

서로 나누어 옷을 지어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잘 되는 집안이라면 가난과 어려움이 형제자매 간의 우애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오

히려 그들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하게 마련이다. 그야말로 콩 반쪽이라도 서로 나누어 먹어가며 따스한 정을 나누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종종 수 천 억대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그 재산 때문에 형제간에 다투는 경우를 보게 된다. 차라리 재산이 없었으면

형제간에 그토록 사이가 벌어져 앙앙불락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오히려 재산이 그들을 갈라놓으며, 어떤 경우에는 차라리 남만도

못한 그러한 사태에 직면하기에 이르기도 한다. 한 아버지와 한 어머니 슬하에서 같은 기를 받고 태어났다 하여 이른바 동기(同氣)이

다. 베갯머리를 나란히 하고 한 이부자리를 덮고 잠을 자며 같은 상머리에서 밥을 먹고 옷과 책 따위를 대물림하며 자라온 그들이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처럼 되어 단지 재물에 현혹되어 남남이 되고, 심지어 차라리 남보다도 못한 처지가

됨은 어째서인가?

 

    아무리 많은 재산을 남겨 주어도 자손이 그것을 온전히 보전한다는 보장이 없을 뿐 아니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지조차 모르는

일이다. 한낱 재산 때문에 같은 피붙이 간에 눈을 흘기고 돌아선다면 그들이 과연 전혀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또한 어

떻겠는가? 누구나 돈이나 물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겠지만 또 대충 어느 정도면 살아갈 수는 있는 것이다. 욕심을 부리기로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니 지나친 물질적 집착이나 욕망에 스스로를 내맡겨 더 큰 불행을 자초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도 세상에 힘들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고 기쁜 일을 가장 먼저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존재가 피를 나눈 형제자매들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