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뭇잎 하나와 콩 두 톨
춘추시대에 갈관자(鶡冠子)라는 사람이 살았다. 일설에는 전국시대 초(楚)나라 사람이라고도 한다. 갈관(鶡冠)이란 갈계(鶡雞 : 두메꿩)의 꽁지로 장식한 관(冠)으로 무사나 은사(隱士)들이 흔히 쓰고 다녔다고 한다. 갈계, 곧 이 두메꿩은 꿩보다 큰 데 성질이 사납고 호전적이어서 상대편이 죽을 때까지 싸운다고 한다. 여기서 갈관자라고 하는 사람은 그것이 본래 이름이 아니라 갈관을 쓰고 다닌 데서 붙여진 은사의 명칭으로, 그가 지었다는 책명 또한 《갈관자(鶡冠子)》로 불리고 있다.
그 《갈관자》의 천칙(天則) 편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말이 나온다.
“귀가 주로 하는 기능은 듣는 것이고, 눈의 주 기능은 보는 것인데,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도 볼 수 없고, 콩 두 톨이 귀를 막으면 천둥과 벼락 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도 볼 수 없다는 표현이 바로 일엽폐목 불견태산(一葉蔽目不見泰山)인데, 이는 부분 또는 잠시의 현상에 빠져 전체나 대세를 보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정치가들이 민심을 읽지 못하는 현상을 보면서 그들은 애써 눈을 가리고 귀를 틀어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가 많다. 아이는 젖을 달라고 저렇게 목청껏 울어대건만 눈은 어디에다 두고 귀는 또 무엇에 쓰려고 그렇게도 아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가? 귀와 눈이 나쁘면 치료를 받아서라도 고쳐야 할 텐데 눈과 귀를 씻고 보고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무엇에 그리 매달리는 지 마치 딴 세상 사람들 같게만 여겨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정녕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고, 내 귀에만 그렇게 들리는 것인가?
'지평생각 > 정의(正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둑 중에도 큰 도둑 (0) | 2013.05.26 |
---|---|
윗사람의 검소한 생활 (0) | 2013.05.25 |
사물을 이롭게 하는 데 마음만 있다면 (0) | 2013.05.23 |
형제의 우애 (0) | 2013.05.22 |
한 개의 거문고와 한 마리의 학 (0) | 2013.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