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눈[雪]으로 우물을 메우려 해서야

지평견문 2013. 7. 2. 05:40

             ○ 눈[雪]으로 우물을 메우려 해서야

 

    촛불 시위 때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주머니들을 수배선상에 올려놓고 조사한다고 한다. 이러다간 촛불 집회에 참여한 100만 시민 모두를 범법자로 취급하려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대통령이 몇 번씩 사과를 하였음에도 그 대상자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괴롭히는 것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아예 비판의 싹을 뿌리부터 썩둑 잘라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 같기도 하여 매우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소 다를지 모르지만 내겐 유모차를 끌고 집회에 참여한 여성분들의 태도는 집회가 폭력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방법을 축제 분위기 속에 담아보자는 진화된 시위 문화의 양상으로 받아들여져 나름대로 고무된 바 있다.

 

    국민들의 정서를 도외시한 채 지나칠 정도로 정부에서 공권력을 들이대는 것은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저수지의 물을 천천히 방류하면 그 물의 효용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지만 물을 무작정 막아두기만 하다가는 혹여 둑이라도 터지는 날에 예기치 않은 엄청난 재해를 입을 수도 있다. 언론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어느 정도 평소에 소통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지나치게 틀어막으면 언젠가는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측에서는 사람들의 언론 행위를 인위적으로 막으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로 하여금 건전한 비판이나 불만을 토로하게 하여 이를 정책 방향의 기조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폭넓은 자세가 요구된다 하겠다.

 

    비판 구조를 잃은 사회나 조직은 결국 썩어문드러져 멸망의 길로 치닫게 된다. 국민들로 하여금 침묵하게 하는 것은 당장 시끄럽지 않으니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마침내 불신의 늪이 깊어져 밑바닥부터 곪아터져도 종내 알아차릴 수 없게 되어 끝내는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국민이 입을 다무는 것을 대수로 여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불만이 있으면 드러내놓고 빨리 빨리 드러내야 비로소 대통령이 언급하는 소통도 있게 되기 마련이다. 부유층이나 측근 일부와의 소통은 올바른 소통이 아니다. 버스 전용 차선이 왜 필요한가를 이해한다면 이 또한 알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뭔가를 말하고 지적할 때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수용해야 국민은 소통이 원활하다는 느낌과 섬김을 받는다는 생각을 동시에 갖게 되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입을 무작정 막으려 한다거나 심지어 유모차 부대에까지 사정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마치 눈[雪]을 메고 가서 우물이나 강을 메우는 것과 같게 될 것[담설색정(擔雪塞井), 담설전하(擔雪塡河)]이다. 괜히 쓸데없는 일에 심력(心力)을 낭비하는 형국을 면하지 못하면서 가뜩이나 잃은 신뢰성을 한층 더 손상시킬 뿐이다. 제발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정서를 외면한 엉뚱한 일에 집착하지 말고 좀 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주었으면 하는 것이 소시민의 작은 바램이다.

 

            (* 2008년 9월 25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