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지평견문 2013. 7. 17. 05:30

            ○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승고결수(乘高決水). 높은 곳을 차지하여 낮은 곳으로 물을 터 내린다는 뜻이니, 곧 힘을 적게 들이고도 큰 성과를 거둠을 비유하는 말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성질이 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정직하고 신뢰할 만하다면 세상이 지금처럼 어수선하지는 않을 것이다. 윗사람들이 법을 어겨가며 일반 서민들에게는 엄격한 법을 적용하니 자연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정인들에게는 면책특권이 주어지고 애꿎은 힘없는 사람들만 법망에 걸리게 되니 그들이 어찌 불만이 없을 수 있을 것인가? 무전이라 죄가 되고 권세가 없어서 죄가 되니 어떻게든 돈을 벌고자 하고 권력을 장악하고자 한다. 그런 것만 얻을 수 있다면 부끄러움 자체는 전당포에 맡긴지 오래다.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명망도 있다.

 

    아는 교사 중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될지 모르겠노라고. 법을 어기는 것은 아무 결격 사유가 아니고, 그렇게 해야 오히려 출세도 하고 권력도 장악하며 부자 되는 지름길처럼 여겨질 정도가 되었다.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니 부끄러울 것도 없다. 다만 남들에게 알려지면 좀 창피하기는 해도 그것은 재수 없을 때뿐이다. ‘법을 곧이곧대로 지켜봐라. 너만 손해다.’라는 말이 비웃듯 천하를 횡행한다. 법을 담당하는 이들이 먼저 법을 어기는 것을 보면 모르겠나?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이(利)를 보면 의(義)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09년 하얼빈에서 한국 침략의 원흉 이등박문을 저격한 조선의 청년이 있었다. 그 이름은 안중근이라 했다. 남산 공원에 그 분의 기념관이 있는데 기념관 앞에는 안의사의 필적이 바윗돌에 여러 개 각인되어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그 중 하나에 바로 ‘이를 보면 의를 생각한다’는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글귀가 있어 눈에 띈다. 공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앞에 가서 그것을 한 열 번이나 백 번쯤 소리 내어 읽게 하는 것으로써 선서를 대신하게 하면 어떨까?

 

                         (* 2009년 10월 23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