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미디언 김준현씨의 ‘고뢰’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래?’라는 말을 좀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이지만 한자어에 실제로 ‘고뢰’라는 말이 있다. ‘굳을 고(固)’와 ‘우리 뢰(牢)’자가 합쳐 ‘고뢰(固牢)’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하자면 ‘우리를 굳게 한다.’는 의미이다.
한(漢)나라 때 유향(劉向)이라는 걸출한 사람이 쓴 《신서(新序)》의 잡사(雜事)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망양이고뢰(亡羊而固牢) 미위지(未爲遲).”
곧 “양을 잃고 우리를 굳게 하면 아직 늦지 않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시기적으로 좀 늦었다는 다소 부정적인 이야기라고 한다면, 유향의 이 표현은 보다 긍정적이다. 어차피 잃은 양이야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차후라도 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우리를 지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을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세월호 사건과 같은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세월호 특별법은 단지 일어난 일에 대한 슬픔의 정리 단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를 싸안고 현재 우리가 해야 할 미래 지향적 의미로서 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어제 모처럼 이 시대의 감언지사(敢言之士)라 할 김상수(金相秀) 작가를 이권희 교수와 함께 만났다. 늘 그의 강직한 언론을 페이스 북에서 대하지만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같이 광화문 현장에 잠깐 들러 아직도 미해결된 세월호 사건의 안타까움을 공감하면서 잠시나마 조국의 미래에 대하여 논한 것은 또 새로운 맛이 있었다. 이제 세월호 사건에 대한 피로감을 극대화시켜 대충 얼버무려 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불온한 세력들에 대해 정의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더 현명하게 연대하여 문제를 풀어갈 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 그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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