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내 탓이다.

지평견문 2015. 5. 30. 10:49

태종실록을 읽다보니 이런 기록이 보인다. 태종 2년 7월 4일조 기사이다.(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조선왕조실록 인터넷 본을 그대로 전재한다)

 경상도 도관찰사(慶尙道都觀察使) 이문화(李文和)가 사직하기를 청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문화가 정부(政府)에 보고하기를,
 
“6월 초2일에 비가 온 뒤로, 지금까지 계속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이 도(道)의 가뭄이 더욱 심하니, 이것은 반드시 신의 죄입니다. 청컨대 계문(啓聞)하여 신의 직사(職事)를 체임하여 주소서.”
 
하였다. 정부에서 아뢰니, 임금이 말하였다.
 
“대저 가뭄은 과인(寡人)이 부른 것이요, 경의 죄가 아니다.”

 

*** 사실 과학적으로 가뭄이 경상도 관찰사나 태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인 합일(天人合一)적 사유 방식에서 서로 내탓이라고 하고 있다.
잘 하면 내탓이고 잘못되면 모두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세태에서 볼 때 도저히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사실 저들이라고 자기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객관적 사실과 상관없이 지도자로서 그들은 백성들을 다스리는 책임있는 자리에서 나름대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책임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더욱 사람들의 신임을 받게 되고, 어떤 사람은 잘못을 감추려고 더욱 잘못을 보태어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떤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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