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萊州)자사 섭인로(葉仁魯)는 오대 주(五代周) 태조(太祖)의 옛날 부하 관리였다. 그가 비단 1만 5천 필과 전(錢) 1천 민(緡)을 뇌물로 받은 죄에 걸려서 죽음이 내려졌다. 태조가 중사(中使)를 파견하여 술과 음식을 내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네가 스스로 나라의 법에 저촉되었으니 내가 어찌할 수 없다. 마땅히 너의 모친을 구휼할 것이다.”
섭인로가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권중달 교수의 《자치통감》 번역문 중)
내가 아는 한 이게 제대로 된 처사다. 섭인로가 아무리 태조가 아끼는 옛 부하 관리였다고 하더라도 나라의 법을 저촉했으니 법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만일 태조가 이를 자기와 친분 관계가 있다고 하여 법을 굽혀 용서하면 나라의 기강이 설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태조는 읍참마속(泣斬馬謖)하는 심정으로 그를 법대로 처리하였다. 다만 인간적인 정을 어쩔 수 없는 만큼 사적으로 그의 어머니를 돌봄으로써 사적인 인정을 베풀었던 것이다. 섭인로 입장에서도 자기가 죽을죄를 지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 하에서 그래도 옛 정이라고 자기의 어머니를 돌보겠다는 태조에 대해서 어찌 고맙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공후사란 바로 이런 것이다.
대한민국이 똑 바로 서기 위해서는 바로 저런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 법의 적용이 상황에 따라서 너무 고무줄 같이 적용되어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국민들이 설득되지 않는 한 신뢰를 구축할 수 없고, 신뢰가 밑바탕이 되지 않고서야 어찌 나라의 건강한 미래가 보장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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