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어린 시절 매미를 잡던 회상

지평견문 2016. 8. 18. 16:12


잠시 휴게실에 들러 스트레칭을 하는 데 갑자기 뭔가 왼쪽 가슴으로 날아든다. 매미였다. 얼른 오른 손으로 덮어 쉽사리 매미를 포획했다.

땅 속에서 7년이나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매미가 되어 하필 그때 제 스스로 날아들어 잡혔으니 맴[마음]이 아플 만하다. 그러나 이것도 인

연이라고 그냥 보내기가 섭섭한지라 기념사진 한 장을 찍고 날려 보냈다. 설마 초상권을 주장하며 세상에 떠벌리며 울어대지는 않겠지.


어린 시절, 그야말로 동네 꼬마 친구들과 물장구 치고 잠자리를 잡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매미채로 매미를 잡기도 했지만 올무로 매미를 잡

기도 하였다. 올무로 쓰는 도구로는 소꼬리가 제격이었다. 은근슬쩍 소의 뒤로 가만가만히 다가가서 순식간에 소꼬리 털을 잡아 뽑는다. 자칫

잘못하면 소의 뒷다리에 채일 수도 있으니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길쭉한 쇠꼬리 털을 확보하면 그것을 긴 장대 끝에 올무 형태로 매단

다. 다음 순서는 매미를 발견하고 역시 조용히 다가가 장대를 곧추 세워 올무를 매미 대가리에 끼워 넣은 다음 잽싸게 잡아당긴다. 그러면 어렵

지 않게 매미를 낚아챌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잔인한 짓이었다. 소에게도 못할 짓이었고, 매미에게는 더더구나 못할 짓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때만 해도 매미가 되기

위해서 땅 속에서 굼벵이로 7년의 세월을 보내는 따위에 대한 자각은 없었다. 우리는 그저 한낮 놀이이고, 장난감 확보였지만 매미에게는 생명이

달린 문제였다. 과연 당시에 매미가 그렇게 오랫동안 땅 속에 있다 매미로 화하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우리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을까는 의문

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그런 추억을 간직한 채 성장해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