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는 게 고마운 일? >
지난 주 금요일 동양고전학회 학술회의를 마치고 6호선을 타고 귀가하는 중이었다. 약간 술에 취한 듯한 여성 한 분이 내 옆자리에 앉더니
책을 보고 있는 나의 책을 들여다보면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나로서는 순간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뭐 딱히 그 분에게 고마워
야 할 일을 한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뭐가 고맙다고 하시는 거죠?”
그러자 그 분은 내게 이런 말을 하며 주위를 가리켰다.
“보세요. 주변에 아무도 책을 보는 사람이 없는 데 혼자서 책을 보고 계시잖아요.”
주위를 돌아보니, 과연 그 분의 말대로 그 칸에서 책을 보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들뿐이었다.
이것도 칭찬이라고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울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책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같이 나누다가
몇 정거장 가서 그 분은 하차하였고, 나는 다시 그 분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책읽기를 시작하였지만 온전히 집중되지는 못하였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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