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중 기화가거(奇貨可居)라는 말이 있다. 《사기(史記)》 여불위전(呂不韋傳)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국어사전적 풀이는 ‘진기한 물건은 잘 간직하여 나중에 이익을 남기고 판다는 뜻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전국시대 말에 한(韓)나라의 큰 장사꾼인 여불위(呂不韋:?∼B.C.235)가 무역을 하기 위해 조(趙)나라의 도읍 한단(邯鄲)에 갔다가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의 손자 자초(子楚)가 볼모가 되어 그곳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는 그의 막대한 재산을 제공하여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자초를 진나라 왕위에 올리는 데 성공한다. 그 때 여불위는 이미 자기 자식을 잉태한 애첩을 자초에게 양보하여 그가 낳은 자식이 훗날 진나라의 시황제(始皇帝)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불위는 자기가 들인 돈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축적했던 것은 물론이려니와 진나라의 재상이 되어 권세를 누리지만 결국 진시황에게 죽게 된다는 내용이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쩌면 요즈음 시국과 그리도 닮았는가? 최태민, 최순실 집안에서 권세가에 기대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돈을 벌어들인 수법이 여불위의 방법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최고 권력자의 측근에게 접근하여 돈을 벌어들이고, 또 그 딸을 최고 권력자로 만드는데 힘써서 그를 기화로 권세를 남용하여 수많은 돈을 끌어들이고 있었으니 이들 부녀의 농단은 아마 여불위가 쓴 방법을 벤치마킹했다고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탄핵 대상이 되고 있는 이는 바로 이들 부녀의 돈벌이에 좋은 먹잇감이 되어 그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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