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거기는 괜찮으세요?”
“뭐가?”
“글쎄, 뭐 이때쯤이면 꽃샘추위가 오기는 하는데 여기는 눈이 펑펑 내리네요. 거기는 괜찮으세요?”
“그래? 여기는 안 오는데.”
“그런데 혹시 오늘이 만우절이라는 것은 아세요?”
“이런, 거짓말이로구먼. ㅎㅎ”
60대에 접어든 내가 80대 노모를 놀려먹는 재미도 나름대로 상쾌한 일이다.
순임금은 나이 50이 되어도 부모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했다니, 60대의 마마보이가 흠이 될 것은 없겠고, 이런 객기라도 부려보는 것도 못된 아들의 특권이지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눈이 온다고 어머니를 속였던 것 같다. 1년이면 충분히 잊으실 만 한데다 어쩌면 알고도 속아주실 지도 모른다.
혹시 속은 척 못된 아들을 속이시는 것은 아니실지?
정직한 사회일 때 만우절은 그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바른 말 하는 날이 있는 것보다는 만우절이 있는 편이 훨씬 좋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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