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및 여행기/오십보백보

서울 둘레길 : 도봉산역 - 당고개, 2018. 10.15

지평견문 2018. 10. 22. 08:43



서울 둘레길을 한번 걸은 적이 있다. 그때는 혼자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내와 같이 걷기로 하였다. 동행이다. 혼자 걷는 자유분방함도 좋지만 이렇게 동행하는 의미도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평생을 같이 할 동반자임에랴.


서울둘레길 157킬로미터의 출발점은 이곳 창포원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게 될 유시유종(有始有終)을 믿기에 출발은 가볍다. 출발선에서 한 발작 씩 디뎌나갈 때마다 목표점은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




창포원의 코스모스를 비롯한 이름모를 꽃들이 잠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급할 게 없으니 적당히 이들의 유혹에 넘어가줌도 나쁠 게 없으리라.


유치원 꼬마들도 나들이를 나왔다. 재잘거리며 그들 나름대로 자연과 친화되는 모습이 마냥 정겹기만 하다.


                       녹색 바탕에 이 무슨 꽃이관대 눈길을 사정없이 끄는가?


혼자서도 좋지만 여럿이 어울려 피니 더욱 아름답다. 독락(獨樂) 보다는 역시 여민동락(與民同樂)이 더 좋지 않을손가?


아름다움을 다투기에는 석죽(石竹)이라는 패팽이꽃도 빠질 수 없다.


이름을 모른다 하여 꽃이 꽃이 아닌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꽃은 각자 나름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그만 이 다리를 지나치고 말아 다리품을 더 팔아야 했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고나 할 수 있으리라.


                       길가의 화살나무가 가을임을 깨우쳐 준다.


뭐지? 구지뽕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대략 비슷하게 생긴 듯 싶기는 하다.


지나가는 여인네들이 무슨 향을 맡아보며 뭐라고 하지만 자세히 듣지는 못하였다. 분명 나름대로 세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아담한 모습의 건물이 주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미처 쉬어가지 못하지만 언제나 푸근하게 다가오는 게 또한 정자라 할 수 있다.


                       탐스럽게 많이도 달렸다. 이 정도면 출산율이 적다고 고민할 턱이 얿으련만...


수락산은 부른 구름을 수락했다. 이 근처가 바로 서계 박세당 선생의 집터가 있을 것이다.


                       작은 내를 건너면 여지없이 또 산길이 이어지고 거기에는 종종 올라야 할 계단이 있게 마련이다.


마치 조폭이 인사하듯 90도 허리를 꺽은 모습이 고단한 삶의 현장을 보여주는 듯하다.


벌레가 갉아먹어도 피할 줄 모르는 우직한 성품의 나무. 우리는 남의 덕[木德]을 크게 보고 있다.


                       도시 생활에 찌든이들이 걷기에 안성마춤인 정다운 길이 펼쳐져 있다.


나무타기의 천재 청솔모가 인사를 한다.


                       힘들게 올라가며 가볍게 내리가기도 하며 겪는 것이 바로 인생사이다.


                     까치의 멋진 자태. 품위 있는 까치의 모습을 감히 작품(鵲品)이라 할 수 있으려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왕년 어느 대통령 후보자는 "배고파 못 살겠다."고 설파한 적이 있다. 잠시 다리도 쉴 겸 할매집에 들렀다.

 

꽃이름 좀 알아둘 걸 하는 생각 뿐 번번이 게으름에 져 모르고 지내기가 십상이다. 하여간 마음에 꽂히는 아름다움이 있다.




                       말은 배바위라고 하는데 여간해서 내겐 배로 보이지 않는다. 불룩 튀어나온 것이 내 배모습 같기는 하다.


                      늘 베푸는 나무의 고마움에 그저 우러러 볼 수밖에...

 


                       배바위와 달리 이건 좀 비슷하다.


                       얼키고 설킨 뿌리. 바람에 견디기 위해 이토록 발분 노력을 해야하는 가보다.


                        이건 분명 구절초가 맞겠지?


도대체 꽃잎이 얼마나 되려나? 하릴없이 셀 수도 없고...

 

바위가 제법 멋진 자태를 흘려내리고 있다.


뭔가 했더니


                       돌 캐는 채석장 터였단다. 수락산에게 허락인지 수락은 받았으려나?


                       수락산 드렁칡이 얽혀도 혼자 단심가(丹心歌)를 부르는 너는 누구냐?





덕릉고개 덕릉고개 해서 도대체 누구의 능이 있는가 했더니 그 말이 선조(宣祖)의 아버지인 덕흥대원군(德興大院君)의 묘에서 유래되었음을 비로소 알았다. 조선에 4명의 대원군이 있었는데 그 중의 1인이 바로 덕흥대원군이다.  대원군으로서 생존하여 정치적 실권을 장악했던  흥선대원군 이하응 만이 잘 알려져 있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