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위아더 월드
맹자가 제(齊)나라 선왕(宣王)을 보고 말하기를,
“임금께서 일찍이 장포(莊暴)에게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하니, 왕이 얼굴이 붉어지면서 말하기를,
“과인이 좋아하는 것은 성현들의 음악(일종의 클래식)이 아니라, 단지 요즈음의 세속 음악(일종의 유행가 정도)일 따름입니다.”
(이하 대화 내용)
맹자 : “왕께서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곧 제나라는 아마도 잘 다스려질 것입니다. 지금의 음악도 성현들의 음악이나 매 한 가지입니다.”
왕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으니, 그 이유나 어디 한번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맹자 : “혼자서 음악을 즐기는 것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음악을 즐기는 것이 어느 것이 즐겁겠습니까?”
왕 : “그야 당연히 다른 사람과 더불어 즐기는 것만 못합니다.”
맹자 : “그저 몇 사람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과 여러 사람과 더불어 음악을 즐기는 것이 어느 것이 즐겁겠습니까?”
왕 : “당연히 여러 사람과 더불어 즐기는 것이 훨씬 좋지요.”[여민동락(與民同樂)]
맹자 : “그러면 제가 왕을 위해 음악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왕께서 여기에서 음악을 연주하시거든 백성이 왕의 종과 북의 소리와 피리의 소리를 듣고 모두 머리를 아파하며 이마를 찡그리고 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의 음악을 연주하기 좋아하심이여! 어찌 우리로 하여금 이 지경에 이르게 하였는가?’ 하여 부자간에 서로 보지 못하며 형제와 처자가 떨어지고 흩어지며, 이제 왕이 여기에서 사냥을 하시거든 백성이 왕의 수레와 말울음 소리를 들으며 새 깃털로 장식한 깃발의 아름다움을 보고 모두 머리를 아파하며 이마를 찡그리고 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의 사냥을 좋아하심이여! 어찌 우리로 하여금 이 지경에 이르게 하였는가?’ 하여 부자간에 서로 보지 못하며 형제와 처자가 떨어지고 흩어지면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왕께서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 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왕께서 여기에서 음악을 연주하시거든 백성들이 왕의 종과 북의 소리와 피리와 젓대의 소리를 듣고 모두 흐뭇한 듯이 기쁜 기색을 하고 서로 말하기를, ‘우리 임금님께서 아마도 병환이 없으신가 보다. 어찌 능히 이렇게 음악을 연주하시는가?’ 라 하며, 이제 왕께서 여기에서 사냥을 하시거든 백성들이 왕의 수레와 말의 소리를 듣고 새 깃털 장식 따위의 아름다움을 보고 모두 기뻐하는 기색으로 서로 말하기를, ‘우리 임금님께서 아마도 질병이 없으신가 보다. 어찌 능히 이렇게 사냥을 하시는가?’라 하면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왕께서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왕께서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 하신다면 곧 천하에 왕 노릇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혼자서 즐기는 것보다 서로가 같이 즐기는 것, 이는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손가락을 꼽을 만한 몇 사람만이 잘 사는 그러한 사회나 국가보다 서로 더불어 어울려 즐겁게 사는 그런 사회나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파이만 키워서 낙수효과나 노리는 구태의연함을 벗어나 동반성장하지 않으면 안 됨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소수의 나가 아닌 다수의 우리가 같이 동고동락하는 그러한 사회가 아니라면 대통합이라는 말은 한낱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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