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좋은 일하고 매를 맞음
전국시대 종횡가의 한 사람인 소진(蘇秦)이 한 이야기이다. 이웃 중 먼 지역에 가서 관리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처가 바람이 났다. 남편이 돌아온다는 소리에 그녀의 정부(情夫)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자 이 바람난 부인이
하는 말이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이미 약이 든 술을 준비하여 기다리고 있소이다.”
라는 것이었다.
이틀 후 그 여자의 남편이 돌아왔다. 그 여자는 남편의 첩으로 하여금 술을 올리게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첩이 그것이 약
을 탄 술인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술을 올리자니 남편이 죽을 판이요, 이를 말하자니 부인이 쫓겨날 판이다. 이에 생각
다 못해 그녀는 넘어지는 체 하면서 술을 그만 쏟아버렸다. 그러자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은 크게 화를 내며 그 여자에게 태(笞)
를 쳤다.
정작 매 맞을 사람은 따로 있건만 오히려 선량한 사람이 곤욕을 당하였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매를 맞을 것을 감수하면
서 남편 뿐 아니라 그 부인까지 온전하게 했던 그 첩의 지혜나 덕이 가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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