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당 태종이 수염을 자르니
당 태종(唐太宗)이라 하면 중국에서도 명군으로 일컬어진다. 그가 다스린 시기를 정관(貞觀)의 치(治)라 하여 후세까지 모범적 사례로
일컬어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 때 고구려를 침공했으니 우리와는 악연이 있지만 그가 보통의 군주와 유달랐음은 분명했던 것 같다. 그가
안시성에서 양만춘 장군에게 패하고 물러가면서 적장일지라도 훌륭하다며 양 장군을 칭찬했을 정도로 그는 포용력 있는 임금이었다.
당 태종 때 활약한 장수 중 유명한 인물로 이적((李勣)이 있다. 원래 그의 이름은 이세적(李世勣)이었지만 당 태종의 이름이 이세민(李
世民)이었으므로 임금의 이름을 피하느라[피휘(避諱)] ‘세(世)’자를 쓰지 못하고 이적이라고만 하게 되었다. 한 번은 이적이 어떤 병에 걸
렸을 때이다. 과학적 근거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병에는 수염을 태워 약제로 쓰면 효험이 있다는 속설이 있었던 모양이다.
태종은 선뜻 자신의 수염을 잘라 그것을 태워 이적을 위한 약제로 쓰게 하였다. 자른 수염을 태워 약으로 썼다고 하여 이를 전수소약(翦
鬚燒藥)이라고 한다. 이적이 이에 감동하여 오열하면서 죽음으로 충성할 것을 생각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전수소
약이라고 하면 바로 군신(君臣)간의 신의가 돈독함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고
하는데, 이 사례에서도 또한 윗사람의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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