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태수 된 자가 무엇을 구한단 말인가?
연산군 때 홍문관 교리를 지낸 바 있는 정붕(鄭鵬)이 청송부사(靑松府使)가 되었을 때다. 그는 현지에 부임하여 정사를 간략하게 잘
다스리고 있었는데 젊었을 때 친하게 지내던 성희안(成希顔)이 당시 영의정으로 있으면서 그에게 편지를 보내 잣과 꿀을 부탁하였다.
그는 답장을 보내 말하기를,
“잣은 높은 산꼭대기에 있고, 꿀은 민간의 벌통 속에 있는데 태수 된 자가 어디에서 구하겠오.”
라 하였다. 그러자 이를 부탁했던 당사자는 부끄럽고 후회하여 그에게 사죄하였다.
정붕이야말로 공직자들의 표본이 될 만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다른 보통 관리들처럼 행세하였다면 그는 얼마든지 잣과 꿀을
구하여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자면 자연 민간에 해를 끼치기 마련이어서 그는 하기 어려운 거절을 그런 식으로 표현
하였던 것이다.
한편 잣과 꿀을 부탁했다가 졸지에 무안을 당한 그 재상 또한 이 문제로 정붕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후회하며 사죄를 하였다 하니
그 또한 자신의 잘못을 고치는 데 용감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그런 경우를 당했을 경우 자신의 위세를 빌어 가당치도 않은
노기를 부리며 보복 조치를 꾀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그는 그래도 그런 부류에 속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요즈음 사람들이 쉽
게 따라 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 있음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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