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개가 무슨 잘못이기에

지평견문 2013. 3. 26. 05:25

                    〇 개가 무슨 잘못이기에

 

    개를 기름은 도둑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물론 지금이야 그냥 애완용으로 키우기도 하지만. 도둑을 지키는 그런 개가 짖는 것은 개에게

사사로운 뜻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데 밤중에 개 짖는 소리가 나면 주인이 나와 살펴보고 아무 형적도 없으면 괜히 개를 나무라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사람은 비록 알지 못하나 개는 홀로 본 것이 있거나 들은 것이 있어 사람이 꾸중하여도 오히려 그치지 않고

짖어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주인은 공연히 짖는다며 발로 걷어차고 때리기까지 하는 데 이른다고 한다.

 

    이상은 성호 이익이 한 말을 내용은 그대로 옮겨오고 말만 조금 고친 것인데 성호는 다음과 같은 뒷말도 잊지 않는다. 만일 주인이 조용

히 생각하여 개를 따라가서 살펴보면 그 형적을 거의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는 개 나름대로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자기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런데 애꿎게도 주인은 개의 그런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몰라

주고 도리어 차고 때리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니 기막히지 않은가? 하필 개에 비유하여 그렇기는 하지만 성호가 본 세상살이가 그렇다는

것을 성호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바른 말을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섬기는 군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인데 군

주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거꾸로 핍박하여 죽이기까지 하는 그런 부당한 행위가 역사적으로 많이 있어 왔던 것이고 또 당시에도 그런 일

들이 얼마간 행해지고 있다고 여긴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고 해서 그런 일이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 없다는데 성호의 말을 반추해 볼 충분한

이유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