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렇게 살았다.
조선 초기 인물 중에 김정국(金正國)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형 김안국(金安國)과 더불어 당시 명망가 중의 일인이었다. 그가 잘 아는 어떤
사람이 돈을 모으느라 남에게 비방을 듣자, 김정국은 그에게 편지를 써 보냈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나는 20년 동안이나 가난하게 살고 있다. 오두막집 몇 칸에 거친 토지 몇 마지기, 베 옷 몇 가지뿐이지만 거처하는데 여지(餘地 : 남는 토지)
가 있고, 몸에 걸치는 데 있어 여의(餘衣 : 남는 옷)가 있으며, 밥그릇 바닥에 여반(餘飯 : 남는 밥)이 있다. 이 3여(餘)를 지니고 세상에 구애되는
바 없이 소신대로 살아가니 저 천 칸이나 되는 집과 만종(萬鍾)이나 되는 쌀과 여러 벌의 비단 옷은 마치 썩은 쥐처럼 보인다.
다만 없을 수 없는 것은 오직 서책(書冊) 한 상자와 거문고 하나, 필연(筆硯 : 붓과 연적 따위) 한 갑, 신 한 켤레, 잠잘 때 쓰는 베개 하나, 시원
한 마루 한 칸, 따뜻한 방 한 칸, 지팡이 한 개, 나귀 한 필이니 이러한 것만 있으면 족히 늙은 남은 일생을 지낼 수 있다.“
부귀영화란 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같을진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이렇듯 부운(浮雲) 따위에 마냥 목숨 걸고 덤비지는 않는 법이다. 살아가자
면 재물이 적당히 있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것을 축적하는 데 올인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실제 김정국처럼 세상을 초
탈하여 살기는 어렵겠지만 지나치게 물화에 혈안이 되는 것 또한 결코 좋아 보이지 않음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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