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쥐로써 고양이를 바꿈

지평견문 2013. 5. 7. 05:28

 

            ○ 쥐로써 고양이를 바꿈

 

 

    선조(宣祖) 28년(1595년)에 도원수(都元帥)를 교체하자는 의논이 일어났을 때 선조가 말하기를,

 

 

    “일이 어찌 이와 같겠는가? 방관(傍觀 : 옆에서 보는 것)하는 것과 당국(當局 : 어떤 일을 직접 맡아 하는 것)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아무개가 가면[임명되면] 가하다고 이르는데 그 사람이 가도 또한 전 사람과 다름이 없다. 속담에 말하기를 ‘쥐로써 고양이를 바꾼다.’는 것이 또한 이런 유이다.”

 

 

라 하고 있는 것이 《선조실록(宣祖實錄)》에 보인다.

 

 

    선조 28년이면 1592년(선조 25년)에 발발한 임진왜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쥐로써 고양이를 바꾼다.’는 것은 ‘이서역묘(以鼠易猫)’라 하는데 사람을 교체한 것이 도리어 이전 사람만 못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선조의 말뜻으로 보아서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투로 보이기도 한다.

 

 

    국가에서 장차관급이 바뀔 때마다 이래저래 소란스럽다. 인재가 없을 리는 없건만 인선된 사람들의 거개가 불법이나 비리 따위로 구설수에 오르게 되다보니 아닌 게 아니라 전임자나 후임자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군가 사람을 임명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그렇게 설왕설래 소란스럽게 되는 데는 뭔가 시스템 작동에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 청문회를 거치기 전에 대략 기본적인 결격 사유들이 걸러져 나와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 이러저러한 문제로 내정자들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설령 국회에서 통과되어 장관직을 수행한다 해도 실제로 어떤 영(令)이 서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그마한 흠결 때문에 큰 재능을 버려둘 수도 없는 일이고, 재능이 있다고 해서 덕이 없는 이들을 함부로 임용해서도 곤란하니 세상사란 참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완전무결한 사람이 있을 수 없을 바에는 뭇사람들의 상식선상에서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 따위에 대해서는 구태여 모두 까발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처지를 바꾸어놓고 볼 때 누구도 벗어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그러한 것은 대범하게 넘어가 줄 필요성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아직 이렇다 할 뚜렷한 기준점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한 것들을 앞으로 좀 더 개발하여 시스템화하는 것이 필요할 성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자의 위치에 설 사람들이라면 그래도 보통 일반 사람들보다는 재능에서 뿐 아니라 도덕적 우위에 서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