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방해를 받을까 두렵다

지평견문 2013. 5. 9. 05:28

                     ○ 방해를 받을까 두렵다

 

    두예(杜預, 222 ~ 284년)는 진(晉)나라 때의 장군으로 진이 오(吳)나라를 정벌하고 중국을 재통일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제갈공명과 오장원에서 겨루었던 사마의(司馬懿)는 바로 그의 장인이었다.

 

    두예는 문무를 겸전한 인물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을 주해(註解)할 만큼 뛰어난 학자이기도 했다.

 

    그런 두예가 진중(鎭中)에 있을 때 서울에 있는 귀관(貴官) 요직의 인물들에게 자주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물으니,

 

“다만 방해를 할까 두려워서이지 이익을 구하려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 두예의 답변이었다.

 

    성호(星湖)는 그러한 정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공명에 뜻을 둔 자에게는 부귀가 족히 그 마음을 더럽힐 수 없다. 그러므로 백 번 천 번 생각하여 일을 시행할 방침이 완전히 갖추어져야 나아가는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소인들에게 저해를 받아서 자기가 지니고 있는 포부를 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성호는 충무공 이순신도 임진왜란 때 수군(水軍)을 통제하면서 역시 틈만 나면 공인(工人)들을 모아놓고 부채 따위를 만들어 경(卿)이나 재상(宰相) 등에게 두루 선물하여 마침내 중흥의 공을 이루었다고 하였다. 평소에 관중(管仲)이나 안영(晏嬰) 같은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하여도 소인들의 방해를 받으면 그 재능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성호의 말을 빌리면 두예나 이순신 같은 이들은 반드시 눈으로 보고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그 정황을 생각하면 슬프다고 탄식하고 있다.

 

    자칫 두예와 이순신의 행동이 자신의 이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상납하며 사회 질서를 흩뜨리는 이들의 구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부담이 가지 않는 적당한 선물이라면 미풍양속이 될 수도 있을 터인데 너무나도 사회 풍조가 이상한 쪽으로 발전하다 보니 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어떤 사람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전체 생애를 통관해보면서 그들의 진심을 읽어낼 수밖에 도리가 없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