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관형주의

지평견문 2013. 5. 10. 05:24

                  ○ 관형주의

 

    흔히 조선 영 ․ 정(英正) 시기 형벌 적용에 있어 관형(寬刑)을 일삼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관형이란 형벌을 너그럽게 한다는 말이니, 곧 가급적 형벌을 완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흔히 호생지덕(好生之德)이라 일컫는데 유가(儒家)에서 추구하는 것이 바로 죽이기보다는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어 사상이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편에 그런 내용이 깃들어 있다.

 

    “형벌은 형벌이 없는 것을 기대한다[형기우무형(刑期于無刑)]”

 

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 정의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형벌을 쓰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은 부득이 한 데서 비롯된 것이지 형벌을 위해 형이 남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형벌을 적용하는 것은 종국에 있어서는 그런 형벌이 쓰이지 않도록 희구하는 데 있다. 그래서 감옥이 비는 것을 덕정(德政)의 최고로 가치로 여겼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런데 때로 조작이나 날조에 의해 억울한 사람이 있게 되기도 하는데 이는 바로 위와 같은 형의 본래 정신을 망각한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죄상이 의심스러울 때는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가벼운 쪽으로 처리해주기도 하였고, 고의성이 농후할 때는 작은 죄라도 크게 혼쭐을 내고자 한 것은 다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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