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자기 눈썹도 보지 못하면서
나는 그 지혜를 씀이 눈[目]과 같은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니 가느다란 털끝은 볼 수 있지만 그 눈썹은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왕이 진(晉)나라의 계책을 잃음은 알면서 스스로 월(越)나라의 잘못을 모르니 이것이 눈으로 논한다[목론(目論)]는 것이다.
- 《사기(史記)》 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의 대들보는 못 본다.’는 성경의 말과도 같은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자기를 객관화시켜 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우리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적어도 자신만 정의이고 타자는 악의 축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서로 어울려 같이 살아갈 여지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적까지 사랑하라는 가르침의 세례를 분명 받았을 근본주의자 부시가 있지도 않은 화학무기를 구실로 이라크를 침공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그들이 국익이라는 이름 앞에 행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 그들이 섬기는 신마저 용납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들은 아직도 구약의 세계에 충실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일 게다. 자기들만을 위한 신의 세계에서 그 밖의 모든 것은 부정의 대상으로 여길 뿐 아니라 신마저 편 가르기에 활용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들이 테러와의 전쟁을 감행한다고 할 때 그들이 하는 행위가 오히려 가공할 테러가 되고 있거니와, 적어도 그러한 것들을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내 떨쳐버리기 어려움은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 2008년 4월 22일 용두팔 게시팔에 올린 글을 문구만 약간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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