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천명을 따르고 민심에 순응함

지평견문 2013. 7. 13. 06:45

              〇 천명을 따르고 민심에 순응함

 

    새 왕조가 들어서면 흔히 그것을 칭송하는 말로 순천응인(順天應人)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다. 천명을 따르고 민심에 순응한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순천종인(順天從人)이라고도 한다.

 

    하늘이 무슨 작동을 하는 것이 아니니 무슨 명을 할까마는 우리는 민심이 곧 천심이라 하여 민심에 순응하여 정권을 잡은 것을 천명에 의한 것이라 일러왔다. 그러나 지금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여기에 꼭 걸맞지는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순천응인했다기 보다는 앞 정권의 민심 이반에 따른 반사 이익에 힘입은 바가 실로 크다. 그러다보니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초반부터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 정권을 획득한 사람들이 예뻐서 그들에게 정권이 돌아간 게 아니라는 말이다.

 

    문제는 지금 복잡하게 꼬여 있다. 촛불집회를 사이에 두고 정부와 시민간의 팽팽한 접전에서 누구 하나 양보하려 들지 않는 것 같다. 여론은 분열되어 있다.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들이 보고 싶은 면만 보려고 한다. 소위 보수 언론이라는 곳에서는 경찰이 맞는 부분을 클로즈업하고 있고, 진보 진영의 언론은 시민을 향한 경찰의 과잉진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은 분명 진실을 담아내고 있지만 어쩔 수없는 편향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순천응인.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찾아나서야 한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현실을 인정한 바탕위에서 얽혀버린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최고 책임자가 뒷짐 진채 서 있지만 말고 직접 나서서 국민과 대화를 통해 소통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 되고 잘못되었는지 잘잘못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진정으로 사과할 부분과 설득할 부분들에 대하여 눈물로 호소해야 한다.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 되지 못한다. 어느 쪽이든 촛불을 폭력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선 곤란하다. 촛불은 서로의 마음을 밝혀 서로를 보듬어 안을 수 있는 희망의 메신저로 남아야 한다. 촛불에 탈까 걱정할수록 촛불은 무서워지고 촛불을 든 사람들을 사랑스럽게 볼수록 촛불은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정겨움으로 승화될 것이다.

 

      (*2008년 7월 7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