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뺨을 맞고도 상을 준 장종

지평견문 2015. 3. 25. 08:52

뺨을 맞고도 상을 준 장종

 

오대 후당(後唐)의 장종(莊宗)은 어릴 때에 음률을 잘하여 그 때문에 영인(伶人)들이 대부분 그에게 총애를 받았고, 항상 좌우에서 시중을 들었다. 장종은 스스로 얼굴에 분묵(粉墨)을 하고 배우들과 더불어 뜰에서 함께 연희를 하여 유부인(劉夫人)을 기쁘게 하였는데 우명(優名 : 지금의 예명)으로 그를 이천하(李天下)’라고 불렀다.

일찍이 배우가 되었었기 때문에 스스로 이천하’, ‘이천하라고 불렀는데 배우 경신마(敬新磨)가 갑자기 앞으로 나와서 그의 뺨을 때렸다. 장종은 얼굴색이 변하였고 여러 배우들 역시 깜짝 놀랐으나 경신마는 천천히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다만 한 분만이 있을 뿐이거늘 오히려 누구를 호칭한단 말인가?”

 

장종이 이를 듣고 기뻐하며 그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권중달 교수 역, 자치통감중에서)

 

경신마의 배짱도 보통이 아니지만 이를 용납한 장종도 대단하다 하겠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장종은 맞을 짓을 한 것이 아니겠는가? 공자가 군군신신 부부자자(郡君臣臣父父子子)라고 했던 말을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저마다 각기 제 역할이 있거늘 황제가 되어 어찌 분별없이 함부로 행동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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