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자의 기개
맹자가 말하기를,
“대인(大人 : 당시의 존귀한 자들)에게 유세할 때 그들을 작게 보아 그 높은 것을 보지 말아야 한다. 집의 높이가 몇 길이 되는 것과 서까래 머리가 몇 자가 되는 것은 내가 뜻을 얻더라도[성공하더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밥상 앞에 음식이 한 길이 진열되는 것과 시첩(侍妾) 수백 사람은 내가 뜻을 얻더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즐기고 술을 마시며 말을 달려 사냥을 하는 것과 뒤따르는 수레가 천 승(乘 : 1승은 4대) 이 되는 것은 내가 뜻을 얻더라도 하지 않을 것이니 저들에게 있는 것은 모두 내가 하지 않는 바이고, 나에게 있는 것은 모두 옛 제도이니 내가 어찌 저들을 두려워하겠는가.”
라 하였다.
맹자는 전국시대의 유세객이었다. 공자처럼 여러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왕도정치를 실현할 것을 주장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존귀한 자들 앞에 가면 곧잘 주눅 들기가 쉽다. 그러나 맹자는 자신이 뜻을 얻어 성공한다하더라도 위에서 든 종류의 사치와 낭비를 일삼지는 않겠노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내 보인 것이다. 이는 제후들이 그들의 위세를 과시하는 그와 같은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자신의 도덕적 우위론을 펴면서 제후들에게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처신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야말로 위풍당당하지 않은가. 돈이나 권력을 가지고 따지자면 자연스럽게 힘의 우열이 생겨나지만 자신은 그런 것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새로운 가치관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세속적인 성공 따위는 맹자에게 관심조차 없는 것이다. 맹자가 그런 생각 하에 제후들을 만났기에 그는 늘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었다. 임금이 임금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갈아치워야 한다거나 떠나버려야 한다는 것을 당시 분위기에서 임금들에게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기에 충분한 맹자다운 면모랄까 기개였다. 그래서 임금들에게 맹자는 어느 정도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하였지만 맹자를 읽으면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도 아마 그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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